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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 [생명은 하나님의 선물] 미혼모들의 ‘희망 인큐베이터’… 출산부터 자립까지 맞춤형 지원

  • 관리자
  • 2019-08-30 16:3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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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article/005/0001234249

서울 서대문구의 미혼한부모가족 생활시설 애란원에는 그야말로 ‘모난 구석’이 없다. 의자 책상 게시판 등 각종 집기의 모서리가 모두 둥글게 제작됐다. 실내 장식도 밝은 파스텔 색조나 원색 위주로 꾸며졌다. 채광을 위해 건물 한가운데 부분을 비워 사계절 내내 햇빛이 들도록 지어진 것도 특색있다.

2017년 신축된 이 건물엔 아기와 임산부에게 최대한 밝은 환경을 제공하려는 애란원의 의도가 그대로 녹아있다. 어려운 환경에서 생명을 택한 엄마가 열악한 환경으로 비참함을 느끼지 않도록 중상 수준의 생활환경을 조성하는 데 힘썼다. 강영실(사진) 애란한가족네트워크 대표원장은 “쉽지 않은 길을 걷는 이들에게 이곳이 인생의 바닥이 아닌 새 출발의 디딤돌이 되고, 미래를 스스로 준비하는 공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침구 옷 식단 등을 세심히 챙기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리스도 사랑으로 시작된 국내 첫 미혼한부모 시설

애란원을 비롯해 9개의 미혼한부모 지원시설을 갖춘 애란한가족네트워크는 1960년 미국 북장로회 선교사 반애란(미국명 엘리너 반리롭) 여사가 세운 ‘은혜원’에서 출발했다. 그는 6·25전쟁으로 가출 소녀와 생계형 성매매 여성이 늘고, 이 가운데 적지 않은 수가 미혼모가 되자 이들을 돕기 위해 은혜원을 세웠다. 국내 최초의 미혼모자 생활시설이었다.

은혜원은 입소 여성에게 상담과 교육을 제공하되 미혼모일 경우 출산을 도왔다. 미혼모의 아기는 주로 해외로 입양됐다. 그러자 출산 직후 죄책감에 빠져 자립 의지조차 놓아버린 이들이 적지 않았다. 이에 반 여사는 ‘미혼모가 직접 아이를 키우도록 사회복지 차원에서 돕자’는 결론을 내린다. 은혜원이 73년 미혼모 보호 및 자활시설로 전환된 계기다.

77년 반 여사 은퇴 후 은혜원은 82년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에 기증되며 ‘애란원’으로 개명됐다. 이듬해부터는 정부 보조도 받았지만, 운영은 여전히 쉽지 않았다. ‘미혼여성이 애 낳는 게 정상이냐’ ‘아기는 입양 보내 건강한 가정에서 키우라’는 편견도 한몫했다. 그럼에도 애란원은 미혼모가 1년간 자녀를 키우며 취업을 준비할 수 있도록 2000년 미혼모자 공동생활가정을 세웠다. 이는 훗날 ‘애란모자의 집’으로 발전했다. 이곳을 거친 25세 이상 미혼모 대부분은 미용·제빵·간호조무 분야에서 직업교육을 받은 뒤 취업해 자립했다.

이에 고무된 애란원은 점차 대상을 세분화해 맞춤별 지원에 나섰다. 청소녀 그룹홈 ‘애란세움터’(2001년)와 한부모가족 복지상담소 ‘나.너.우리한가족센터’(2008년), 학생 미혼모학교 ‘나래대안학교’(2010년), 24시간 핫라인을 운영하는 ‘위기임신·출산지원센터’(2013년), 성인 사각지대 미혼모자 생활시설 ‘마포애란원’과 청소녀 미혼모자 공동생활시설 ‘애란영스빌’(2015년) 순으로 개소해 시설이 5곳, 지원센터가 2곳으로 확장됐다. 지난해부터는 청소녀 한부모 직업학교인 ‘나래대안학교’를 열어 교육기관도 2곳으로 늘었다.

‘낙태 숙려제’ 필요… 교회부터 모성·생명 보호 교육 힘써야

지난 한해 애란한가족네트워크의 도움을 받은 미혼한부모는 168명이다. 이 중 40%는 청소녀 미혼모이고, 나머지는 성인으로 대부분 20대 초반이다. 강 원장은 “2016년 낙태 관련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보니 우리나라 낙태 건수가 연간 최대 50만 건에 달했다”며 “낙태가 손쉬운 우리 사회에서 아기를 낳기로 한 이들은 정말 어려운 결정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런 상황에서 별다른 보완책 없이 낙태죄를 다룬 법만 개정된다면 낙태는 계속 늘 것”이라 내다봤다.

그는 낙태를 줄일 수 있는 현실적 대안으로 ‘낙태 숙려제’를 제안했다. 아기 생명의 중대성과 낙태 후유증을 고려해 숙려 기간을 갖고 전문가 상담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부모 가족에 대한 정부 지원 확대도 강조했다. 그는 “낙태 관련 정보도 제대로 없는 상황에서 여성의 선택권만 주어지는 건 큰 의미가 없다”며 “여성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낙태를 예방하려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했다.

국가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인 기혼·사실혼·외국 국적 임산부의 준비 안 된 ‘위기 임신’ 지원도 필요하다. 강 원장은 “미혼모나 이혼, 사별한 여성만 출산·자립·양육 지원을 받을 수 있어 가정폭력 피해자인 기혼 임신부나 다문화 가정의 외국 국적 임신부 등은 아예 방치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애란한가족네트워크는 제도권 밖에 놓인 여성의 모성 보호를 위해 2016년부터 국내 최초로 ‘위기임신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정부 지원 없이 개인·단체 후원으로 운영한다. 더 많은 생명을 살리기 위해 미혼모자 시설 입소 대상이 위기임산부 전체로 확대되도록 법 개정을 요청했다.

한국교회에는 모성과 생명, 가족의 중요성을 다음세대에 전수해 생명 존중 문화 확산에 이바지해 줄 것을 당부했다. 강 원장은 “사회에 모성 보호를 외치고, 시스템을 갖추라고 말하기 전에 교회부터 의지를 갖고 교육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교육에 성경적 성교육이 동반돼야 청소년 임신과 낙태도 줄 것”이라며 “우리 사회에 만연한 생명 경시 풍조에 경종을 울리는 데 한국교회가 나서 달라”고 요청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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