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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실이 어땠길래’ 사회 편견에 설 곳 없는 ‘미혼모’들 - 한겨례 신문 인터뷰 2008

  • KJH
  • 2008-05-16 11: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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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실이 어땠길래’ 사회 편견에 설 곳 없는 ‘미혼모’들
대한민국에서 미혼모로 산다는 것
라면으로 연명…정보 부족 엉뚱한 분유 먹이기도
‘아빠없는 아이’ 눈길 부담 어쩔수 없이 입양 보내


최원형 기자



김경은(27·가명)씨는 3년 전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예상치 못한 임신을 했다. 낙태와 입양을 말하는 어머니에게 김씨는 “내 자식이니 내가 키우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어머니는 “그럼 너와 나는 여기서 끝”이라는 말을 남기고 돌아섰다. 아이의 ‘생물학적’ 아버지도 아무 도움도 되지 못했다. 주변 친구들도 “어떻게 키울 수 있겠냐”며 낙태나 입양을 권했다. 김씨는 결국 ‘혼자서’ 아이를 낳았고, 곧 모두들 예언한 시련들이 닥쳤다. 가장 먼저 닥친 것은 경제적인 문제였다. 아이 때문에 일을 할 수 없게 돼 수입은 없고, 그동안 모았던 돈은 생활비와 병원비로 없어져 갔다. 머물 곳이 없어 아쉬운 소리를 해 가며 아이를 안고 친구 집을 전전했고 거의 날마다 라면을 먹었다. 정보 부족도 문제였다. 아이를 어떻게 씻기고 무엇을 먹여야 하는지 알 수 없어 책을 보며 연구해야 했다. 설사할 때 먹이는 ‘설사분유’를 값이 싸다는 이유로 아이에게 사 먹이는 실수를 하기도 했다. 김씨는 “이 모든 것을 혼자 해야 한다는 사실이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김씨는 “‘실수로 낳았다’가 아니라 ‘우리도 부모’라는 것이 더 중요한 것 아니냐”며 “미혼모를 나쁘게 보는 사회의 시선 때문에 가족으로부터 버림받고 사회에서도 서지 못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해부터 미혼모자 공동생활 가정인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애란 모자의 집’에 터를 잡았다. 미혼모자를 위한 시설로 1년 동안 주거와 직업교육 등을 지원하는 곳이다. 김씨는 음식 조리 자격증을 따려고 학원에 다니고 있다. 김씨는 “이곳에 들어오려는 대기자가 많아 1년이 되면 나가야 할 것”이라며 “자립을 준비할 수 있도록 3년쯤만 더 머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아쉬워했다. 취업해 밑천이 쌓일 때까지만 기댈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입양 현황


지난 1월 미혼모 지원시설인 서울 서대문구 대신동 ‘애란원’에서 아이를 낳은 이수경(22·가명)씨는 스무살 때 임신한 뒤 바로 낙태한 경험이 있다. “당시에는 중절 수술 받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는 이씨는 지난해 임신 사실을 알고는 2년 전 낙태했던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자꾸 들어 낳기로 결정했다. 주위에서는 입양을 권했지만 이씨는 그것도 내키지 않았다. “나이가 어려 할 일도 많았고 미혼으로 아이 키우는 것도 부담스러웠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아이를 포기할 수도 없더라고요.” 이씨는 아이와 함께 살아갈 준비를 하는 중이다. ‘두피관리사’가 되고 싶어 하는 이씨는 우선 미용사 자격증을 따려고 미용학원에 다니고 있다. 이씨가 학원에 가 있는 동안 아이는 시설의 어린이집에서 돌본다. 이씨는 일단 미혼모 공동생활 가정에 들어가, 입주한 1년 동안 취업과 저축을 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씨는 “계획대로 될지 몰라 막막하지만, 일단 아이 얼굴 보면 힘이 솟는다”며 웃었다.

■ 양육 힘들어 입양 선택 19살이던 지난해 임신한 정나리(20·가명)씨는 지난 3월 아이를 낳았다. 도저히 아이를 키울 자신이 없어 입양을 선택했다고 했다. 정씨는 “손수 키우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내 자신의 미래가 불확실하고 부모에게 알려도 도와줄 리가 없기 때문에 좋은 양부모 만나는 것이 아이를 위해서나 나를 위해서 최선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나의 경제적 능력 부족도 문제이고, 사람들이 아이에게 ‘아빠 없는 아이’라는 눈길을 보낼 것을 생각하면 양육을 결정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정씨는 훗날 혹시라도 아이가 친엄마를 찾게 되면,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려고 고등학교 졸업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등 더 열심히 살려고 한다고 했다. 정씨는 “미혼모에게는 입양이든 양육이든 쉽지 않은 선택”이라며 “자신의 환경을 따지고 또 따져 보고야 결정한다”고 말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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